마인크래프트 화면 안에서 초파리 한 마리가 좀비를 피해 뛰어오릅니다. 게임이 정해 둔 행동이 아닙니다. 실제 초파리 뇌를 스캔한 배선도가 그 순간 계산한 결과입니다. 2026년 9월 7일 유튜브에 올라온 20분짜리 영상 이야기입니다. 보도
뇌 지도는 이미 공개돼 있습니다
이 작업이 가능했던 것은 재료가 공짜로 놓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2024년 10월 2일 Nature 에 암컷 초파리 뇌 전체의 배선도가 실렸습니다. 프린스턴대 등이 참여한 FlyWire 연구진이 만든 것으로, 뇌를 얇게 잘라 전자현미경으로 찍고 뉴런 하나하나를 이어 붙였습니다. 뉴런 13만9,255개, 시냅스 연결 약 5,450만 개입니다. 논문
이런 지도를 커넥톰이라고 부릅니다. 도시로 치면 큰길부터 골목까지 빠짐없이 그린 지도입니다. 어디로 갈 수 있는지가 전부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 이 자료는 논문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프린스턴 신경과학연구소가 만든 Codex 라는 웹 도구에서 뉴런 하나를 눌러 어디에 이어지는지 따라갈 수 있고, 내려받는 링크도 그 자리에 있습니다. 공식
뉴런 하나를 양동이로 봅니다
지도가 있다고 뇌가 움직이지는 않습니다. 이어져 있다는 것만 알 뿐, 신호가 어떻게 오가는지는 따로 계산해야 합니다.
여기서 쓴 방법이 누출 적분 발화 모형입니다. 이름은 어렵지만 그림은 간단합니다.

멀리 있는 좀비는 물을 조금 붓고, 다가오는 좀비는 한꺼번에 많이 붓습니다. 바닥 구멍이 있어서 지나가는 좀비 몇 마리 정도로는 양동이가 차지 않습니다. 넘치는 순간에만 신호가 다음으로 넘어갑니다. 이 양동이가 13만9,255개 있고, 어느 양동이가 어느 양동이로 물을 넘기는지는 배선도가 정합니다. 보도
영상에 나온 프린스턴 연구자 Arie Matsliah 는 이 방식이 생물물리학을 많이 단순화한 것은 맞지만, 그래도 충실도 높은 시뮬레이션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합니다. 어려운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뉴런이 어떤 신경전달물질로 얼마나 세게 이야기하는지를 배선도가 알려 주지 않아서, 그 값들을 알아맞히는 일이 남습니다. 보도
무엇을 느끼게 했나
게임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신호로 바꿔 뇌에 넣고, 뉴런이 내놓는 반응으로 캐릭터를 움직이는 방식입니다. 만든 사람은 감각을 하나씩 붙여 나갔습니다. 보도
| 감각 | 게임에서는 | 근거가 된 초파리의 성질 |
|---|---|---|
| 시각 | 다가오는 물체를 보면 뛴다 | 시야에서 커지는 그림자를 위협으로 읽습니다 |
| 청각 | 소리가 나면 날아오른다 | 더듬이로 공기의 떨림을 느낍니다 |
| 촉각 | 건드리면 움찔한다 | 다리에 닿는 것은 대개 해가 없어 무시합니다 |
| 미각 | 케이크 위에 서면 단맛을 안다 | 온몸, 특히 다리로 맛을 봅니다 |
| 후각 | 사람이 가까이 오면 도망친다 | 이산화탄소를 천적의 신호로 읽습니다 |
| 온도·습도 | 용암과 물을 피한다 | 더듬이의 열 수용체, 습도 수용체 |
| 수면 | 밤에는 둔해진다 | 깊이 잠들지는 않고 소리에 다시 깹니다 |
| 기억 | 집으로 돌아온다 | 길이 아니라 방향과 거리를 계속 셈합니다 |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날씨입니다. 초파리에게는 비 온 뒤 흙에서 나는 냄새(지오스민)를 감지하는 수용체가 따로 있습니다. 젖어서 썩어 가는 땅에는 곰팡이와 세균이 있지 먹이가 있지는 않아서, 초파리는 이 냄새를 피합니다. 2012년 Cell 에 실린 연구가 이 회로를 밝혔습니다. 논문
그래서 게임에 폭풍 예보를 넣고 그것을 습도 신호로 바꿔 뇌에 넣었더니, 아무도 위협하지 않았는데 초파리가 그 자리를 피합니다. 보도
파리채가 빗나가는 이유
초파리가 위협을 처리하는 길은 짧습니다. 눈에서 받은 신호가 자이언트 파이버라는 굵은 뉴런 한 갈래로 모이고, 거기서 곧장 다리 근육으로 갑니다. 판단을 거치지 않고 튀어 오르는 구조입니다.
시각 뉴런
시야에서 무언가 빠르게 커지는 것을 잡습니다
자이언트 파이버
위협인지 아닌지를 여기서 한 번에 정합니다
운동 뉴런
다리를 밀어 뛰어오릅니다
시야에서 무언가 커지는 것만으로 몸이 먼저 반응하는 것은 초파리만의 일이 아닙니다. 1962년 Science 에 실린 실험에서 원숭이에게 점점 커지는 그림자를 비추자, 닿을 수도 없는 그림자인데도 몸을 피했습니다. 논문
그런데 초파리의 겹눈에도 빈 곳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뒤쪽입니다. 만든 사람이 커지는 그림자를 그 자리에 비췄더니 신호가 하나도 잡히지 않았습니다. 위쪽에서 같은 시험을 했을 때는 3만4,000번 발화한 자리입니다. 보도
20%만 쓰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뜻밖의 결과는 마지막에 나왔습니다.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 기억, 배고픔까지 다 붙이고 나서 뇌 전체를 들여다봤더니, 불이 켜져 있는 뉴런의 대부분이 게임과 아무 상관이 없었습니다. 만든 사람은 게임에 연결된 것이 20% 남짓이고 나머지 80%는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른 채 계속 신호를 주고받고 있다고 말합니다. 정밀한 측정이 아니라 어림한 값입니다. 추정
고장이 아닙니다. 배선도대로 이어진 뉴런이 배선도대로 작동하고 있는데, 그것이 무엇을 하는 회로인지를 아무도 모르는 것입니다.
수컷 쪽도 한 대목 나옵니다. 이 프로젝트가 쓴 커넥톰은 암컷이라, 수컷이 구애할 때 쓰는 회로 가운데 수컷에게만 있는 뉴런 무리는 자료에 아예 들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만든 사람은 HHMI 재닐리아와 케임브리지대가 공개한 수컷 중추신경계 커넥톰을 따로 가져와 붙였습니다. 이 자료는 2026년 9월 3일 Cell 에 실린 수컷 초파리 배선도와 같은 것입니다.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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