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뒤 찾아올 병이 뇌에 새긴 흔적
헌팅턴병(Huntington's disease, HD)은 부모 중 한 명이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으면 자녀에게 50% 확률로 전달되는 치명적인 유전성 신경퇴행 질환입니다. 통상 30대에서 50대 사이에 불수의적인 춤추는 듯한 무도증(chorea)과 급격한 인지 저하가 시작됩니다. 보도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퀸 스퀘어 신경학 연구소의 미켈라 레오카디(Michela Leocadi) 박사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무브먼트 디스오더스(Movement Disorders)에 발표한 논문에서, 헌팅턴 유전자가 확인됐으나 아직 아무런 운동 증상이 없는 청년들을 평균 4.8년간 종단 추적한 휴지기 fMRI 분석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논문
연구에 참여한 43명의 유전자 확장 보인자(HDGE)들은 예상되는 임상 발병 시점보다 평균 20년 이상 앞선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뇌 회로는 이미 정상 대조군(28명)과 뚜렷하게 다른 궤적을 그리며 변하고 있었습니다. 보도

무너지는 연결과 버티는 연결의 공존
연구진이 기저핵의 핵심 구조물인 조가비핵(putamen)과 꼬리핵(caudate)을 씨앗(seed)으로 삼아 전뇌 연결성을 분석한 결과, 모순적인 두 가지 변화가 동시에 관찰됐습니다. 조가비핵과 소뇌 및 뇌간 영역 사이의 연결 강도는 유의하게 감소해 있었습니다. 운동 조절을 조율하는 핵심 회로가 일찍부터 느슨해지고 있었던 셈입니다. 보도
반면 조가비핵과 기본모드망(Default Mode Network, DMN)의 두정엽 허브 간 기능적 연결성은 오히려 대조군보다 유의하게 증가해 있었습니다. 레오카디 박사는 이에 대해 신경세포 손상 초기 단계에서 임상적 증상을 드러내지 않고 정상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뇌가 다른 회로를 과도하게 동원하는 '보상적 재편' 현상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보도
| 관찰된 뇌 영역 | 연결성 변화 양상 | 연구진의 임상적 해석 |
|---|---|---|
| 조가비핵 - 소뇌/뇌간 | 유의미한 기능 연결성 감소 | 운동 제어 서브시스템의 조기 기능 저하 반영 |
| 조가비핵 - 기본모드망(DMN) | 기능 연결성 증가 (과연결) | 증상 발현을 억제하기 위한 뇌의 일시적 보상 작용 |
| 우측 꼬리핵 - 전두엽/후두엽 | 4.8년에 걸친 점진적 연결성 쇠퇴 | 보상 한계 도달 및 신경퇴행 가속화 신호 |
4.8년간의 추적 관찰에서 우측 꼬리핵은 전두엽, 후두엽과의 연결성이 시간이 갈수록 뚜렷하게 감소했습니다. 이는 초기 보상 작용이 점차 한계에 부딪히며 신경망 전체의 연결 강도가 영구적으로 떨어지는 퇴행성 궤적으로 진입함을 보여줍니다. 보도
증상이 시작되기 20년 전이 진짜 골든타임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임상적 함의는 신약 개발의 시험대를 20년 앞당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헌팅턴병의 원인 유전자인 돌연변이 헌팅틴 단백질 생성을 억제하거나 분해하는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ASO) 및 유전자 가위 치료제가 다수 개발되고 있습니다. 보도
이미 소뇌와 기저핵 신경세포가 광범위하게 죽어 나간 뒤에는 어떤 혁신 신약도 회로를 되살릴 수 없습니다. 환자가 건강한 일상을 누리고 있는 20대와 30대에 뇌 연결망의 미세한 변화를 감지하고 약물을 투입할 수 있다면 발병 자체를 평생 뒤로 미루는 질환 예방이 가능해집니다. 보도





